논문소개 ·

섞인 향을 맞히는 열쇠는 말이었다 — GrassAccord가 읽어 주는 논문 「냄새 혼합물의 거리를 예측하다」

두 혼합물의 냄새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전 세계 26개 팀이 겨룬 후각 대회의 PNAS 논문을 초보 조향사의 눈높이로 풀었습니다. 가장 큰 힘을 낸 것은 분자 구조가 아니라 냄새를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Two small clear glass vials standing apart on light grey paper, joined by a taut natural linen thread

시향지 두 장을 코앞에 놓았다고 해 보겠습니다. 한쪽은 분자 10가지를 섞은 향입니다. 다른 쪽도 분자 10가지를 섞었는데, 겹치는 분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코에는 두 향이 꽤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섞기 전에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을까요? 지난 8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한 논문은 이 오래된 질문에 전 세계 26개 연구팀이 함께 도전한 기록입니다.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혼합물의 냄새를 가장 잘 맞힌 열쇠는 분자의 생김새를 그대로 읽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과일 같다", "풀 같다"처럼 냄새를 부르는 말을 거쳤을 때 예측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조향을 시작한 분이라면 이런 고민을 해 보셨을 겁니다.

  • 향을 말로 적는 일이 정말 실력에 도움이 될까?
  • 어제는 비슷했던 두 향이 오늘은 달라 보이는데, 내 코가 이상한 걸까?
  • 인공지능이 곧 어코드를 대신 짜 주는 것은 아닐까?

이 논문은 세 질문 모두에 힌트를 줍니다. 앞부분에서는 연구팀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찾았는지 소개하고, 뒷부분에서는 조향을 배우는 분이 이 결과를 조향대에서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저희의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낯선 용어는 맨 아래에 따로 풀어 두었으니 편하게 읽어 주세요.

먼저, 어떤 논문인가요

  • 제목: A semantic-based community model for high-fidelity tuning of olfactory mixture distances (말의 의미를 바탕으로 냄새 혼합물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맞추는 공동 모델)
  • 저자: 바히드 사타리파드(Vahid Satarifard), 파블로 메이어(Pablo Meyer)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동 연구진입니다. 예일대학교, 록펠러대학교, 모넬 화학감각센터, 와이즈만 연구소, IBM 연구소 등 여러 나라 기관이 참여했고, 후각 연구로 잘 알려진 레슬리 보스홀(Leslie B. Vosshall), 노암 소벨(Noam Sobel), 조엘 메인랜드(Joel D. Mainland)도 공동 저자입니다.
  • 실린 곳: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23권 32호, 2026년 8월 4일 게시. 학술지 심사를 거친 논문입니다.
  • 원문 보기: doi.org/10.1073/pnas.2611057123 — 누구나 무료로 읽을 수 있습니다(영어).
  • 주의할 점: 향수가 아니라 연구용 분자 혼합물을 다룬 연구입니다. 저자들도 향수 설계를 앞으로의 응용 분야 가운데 하나로만 언급합니다.

왜 이 논문을 골랐나요

첫 논문소개에서는 향수 약 17만 개를 숫자로 내려다봤습니다. 시장과 문화의 지도였지요. 이번에는 정반대 방향입니다. 시향지 두 장 앞에 앉은 사람의 코를 들여다봅니다.

조향은 결국 섞는 일입니다. 그런데 눈과 귀에는 있는 규칙이 코에는 아직 없습니다. 빨강과 초록과 파랑으로 화면의 색을 만들고, 소리는 주파수로 나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후각에는 그에 견줄 틀이 아직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조향사는 오랫동안 경험과 코에 기대 왔습니다.

이 논문은 그 빈자리에 처음으로 꽤 튼튼한 다리 하나를 놓습니다. 완성된 다리는 아닙니다. 그래도 어디까지 왔고 어디서 끊기는지를 정직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조향을 배우는 분에게 좋은 공부 재료입니다.

코의 지도를 그리려는 시도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대회가 왜 열렸는지부터 보겠습니다.

한 분자의 냄새는 꽤 맞히게 됐습니다

분자의 구조만 보고 냄새를 맞히는 일은 오랫동안 악명 높은 난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사이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 드림 후각 대회는 컴퓨터가 분자 구조에서 마늘, 달콤함, 꽃 같은 냄새 표현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 줬습니다.

2023년에는 주요 냄새 지도(POM)라는 모델이 나왔습니다. 분자 구조를 냄새의 공간에 배치하는 지도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 모델은 냄새 표현을 예측하는 일에서 평가단의 중간 수준 사람보다 나은 결과를 냈습니다. 이번 대회의 많은 팀이 바로 이 지도를 재료로 썼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냄새는 대부분 섞여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커피, 꽃, 향수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맡는 냄새는 대개 수십, 수백 개 분자의 혼합물입니다. 분자 하나를 맞혀도 섞였을 때를 맞히지 못하면 실제 세상에서는 쓰기 어렵습니다.

조향을 해 보신 분은 이 어려움을 잘 아실 겁니다. 좋은 원료 두 개를 섞었는데 기대와 전혀 다른 향이 나기도 하고, 넣은 원료가 사라진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혼합물을 예측할 수 있는 공개된 기준이 필요했고, 그래서 여러 팀이 같은 문제로 겨루는 대회가 열렸습니다.

26개 팀의 대회,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흩어져 있던 실험을 한데 모았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그동안 따로 진행된 세 연구의 여섯 자료를 하나로 합쳤습니다. 합쳐 보니 규모는 이렇습니다.

  • 단일 분자 168개
  • 서로 다른 혼합물 731개
  • 혼합물 두 개를 비교한 측정 507건

실험 방식이 제각각이라 모든 결과를 하나의 눈금으로 옮겼습니다. 0은 두 향을 구별할 수 없다는 뜻이고, 1은 더할 수 없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연구팀은 이 숫자를 냄새의 거리라고 부릅니다. 지도에서 두 도시 사이를 재듯, 두 향 사이를 재는 것입니다.

큰 숫자

흩어진 실험을 합치니 혼합물 731개

세 연구의 여섯 자료를 하나의 눈금으로 합친 대회용 자료

168
단일 분자
731
서로 다른 혼합물
507
혼합물 두 개를 비교한 측정
26
참가한 연구팀

출처: Satarifard 외, PNAS 123(32), 2026 · GrassAccord 정리

석 달 동안 겨뤘습니다

이 대회의 이름은 드림(DREAM) 챌린지입니다. 여러 팀이 같은 문제를 놓고 예측 실력을 공개적으로 겨루는 방식입니다. 26개 팀이 약 석 달 동안 인공지능 모델을 다듬었고, 정답을 숨긴 혼합물 46쌍으로 마지막 시험을 치렀습니다.

연습 문제는 일주일에 세 번까지 제출하고 점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대회 기간에 제출된 연습 예측은 159건이었고, 마지막 시험까지 낸 팀은 19개였습니다.

승부는 깔끔하게 나지 않았습니다. D2Smell, UMich CASI, ChemSenSim Lab, belfaction 네 팀이 공동 1위였습니다. 연구팀은 시험 문제가 46쌍뿐이라 차이를 가려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한 팀을 뽑는 대신, 상위 여섯 모델의 예측을 평균 낸 합동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논문의 주인공이 바로 이 합동 모델입니다.

흐름도

승부는 공동 1위, 주인공은 합동 모델

약 석 달의 대회와 대회 뒤 검증까지

대회
26개 팀 참가
→
19개 팀이 마지막 시험 제출
→
네 팀 공동 1위
대회 뒤
상위 여섯 모델 예측을 평균
→
합동 모델
→
새로 설계한 50쌍으로 재검증

출처: Satarifard 외(2026) · GrassAccord 정리

사람의 코로 두 번 확인했습니다

인공지능의 답을 채점한 것은 사람의 코입니다. 시험은 두 번 있었습니다.

  • 첫 번째 시험(뉴욕, 록펠러대학교) — 34명이 참여했습니다. 혼합물 92개가 46쌍을 이뤘고, 혼합물 하나는 서로 겹치지 않는 성분 10개로 만들었습니다. 병 세 개 가운데 냄새가 다른 하나를 고르는 삼각 시험을 썼습니다.
  • 두 번째 시험(필라델피아, 모넬 화학감각센터) — 대회가 끝난 뒤 16명이 참여했습니다. 새로 설계한 혼합물 59개로 50쌍을 만들었고, 혼합물 하나에 성분이 9~11개였습니다. 두 향이 얼마나 비슷한지 직접 점수를 매겼습니다.

두 번째 시험에는 재미있는 안전장치가 있었습니다. 마늘 냄새 분자와 파인애플 냄새 분자를 비교하게 하고, 딸기 향 분자를 자기 자신과 비교하게 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앞의 쌍을 멀다고, 뒤의 쌍을 아주 가깝다고 판단했습니다. 눈금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표

정답은 사람의 코가 두 번 매겼다

시험 장소와 방식을 바꿔 다시 확인

첫 번째 시험두 번째 시험
장소록펠러대학교모넬 화학감각센터
참가자34명16명
혼합물92개, 46쌍59개, 50쌍
혼합물당 성분10개9~11개
방식삼각 시험유사도 점수 매기기

출처: Satarifard 외(2026), Materials and Methods · GrassAccord 정리

숫자 두 개만 미리 익혀 두세요

이 논문에는 두 숫자가 계속 나옵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간단히 감을 잡아 보겠습니다.

상관계수는 예측과 실제가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나타냅니다. 1이면 완벽하게 같이 움직이고, 0이면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0.61은 61% 맞혔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이 더 멀다고 느낀 쌍을 모델도 대체로 더 멀다고 짚어 낸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평균 오차(논문의 RMSE)는 예측이 실제 거리에서 평균적으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나타냅니다. 작을수록 좋습니다. 0.08이라면 0~1 눈금에서 대략 그만큼 빗나간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상관계수는 "순서를 잘 맞히나", 평균 오차는 "값이 얼마나 가깝나"로 기억하면 됩니다.

합동 모델은 얼마나 잘 맞혔을까요

기존 방법을 크게 앞섰습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 합동 모델은 평균 오차 0.08, 상관계수 0.57을 기록했습니다. 기존의 대표적인 방법들과 비교해 오차는 약 33% 줄고 상관계수는 53% 올랐습니다. 대회에 나온 어느 한 팀의 모델보다도 좋았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대회가 끝난 뒤, 가장 중요해 보이는 특징만 골라 모델 하나를 새로 만들어 봤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은 합동 모델을 따라잡지 못하고 상위 개별 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연구팀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로 다른 방식이 모여야 그 수준에 닿는다는 것입니다.

큰 숫자

합동 모델이 기존 방법을 앞섰다

첫 번째 시험 46쌍 기준, 기존 대표 방법과 비교한 변화

약 33%
평균 오차 감소 — 0.08까지
53%
상관계수 상승 — 0.57까지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평균 오차는 작을수록 좋습니다 · 출처: Satarifard 외(2026) · GrassAccord 정리

처음 보는 문제에서도 버텼습니다

대회 문제만 잘 푸는 모델은 쓸모가 적습니다. 그래서 대회가 끝난 뒤 새로 설계한 50쌍으로 다시 시험했습니다. 합동 모델의 평균 오차는 0.13으로 커졌지만 좋은 성능을 유지했습니다. 시험장도, 참가자도, 시험 방식도 달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가 큽니다.

문제 종류마다 성적이 달랐습니다

마지막 시험 46쌍은 세 묶음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무작위로 만든 쌍 16개, 비슷하게 느껴지도록 사람이 설계한 쌍 20개, 기존 거리 계산법으로 비슷하게 맞춘 쌍 10개입니다. 참가 팀은 어느 쌍이 어떤 묶음인지 몰랐습니다.

합동 모델의 평균 오차는 설계한 두 묶음에서 0.07과 0.06으로 작았고, 무작위 묶음에서 0.10이었습니다. 상관계수는 반대로 무작위 묶음이 0.45로 조금 높았고 두 묶음은 0.38이었습니다. 쌍의 수가 적어 작은 묶음의 숫자는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말이 분자 구조를 이겼다

이 논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될 결과는 아마 이것일 겁니다.

말만 남겼더니 더 좋아졌습니다

연구팀은 모델에서 재료를 하나씩 덜어 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분자의 화학적 특징, 몸속 수용체 정보, 혼합물 정보를 모두 빼고 냄새를 부르는 말에 해당하는 정보만 남긴 것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말만 남긴 합동 모델은 첫 번째 시험에서 상관계수 0.61, 평균 오차 0.075로, 모든 재료를 쓴 합동 모델보다 오히려 좋았습니다. 두 번째 시험에서도 상관계수 0.54로 15% 더 높았습니다.

반대로 말을 뺀 모델은 크게 나빠졌습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 상관계수가 0.41로 떨어졌고, 두 번째 시험에서는 우연히 찍은 수준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래프

말을 빼면 무너지고, 말만 남기면 더 좋아졌다

첫 번째 시험의 상관계수 · 1에 가까울수록 좋음

말만 남긴 모델
0.61
모든 재료를 쓴 합동 모델
0.57
말을 뺀 모델
0.41

말을 뺀 모델은 두 번째 시험에서 우연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 출처: Satarifard 외(2026) · GrassAccord 정리

여기서 말이란 무엇일까요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니 정확히 짚겠습니다. 사람이 혼합물을 맡고 적은 시향 노트를 입력한 것이 아닙니다. 컴퓨터가 분자의 구조를 보고 "이 분자는 사람들이 뭐라고 부를까"를 먼저 예측합니다. 과일 향, 풀 향 같은 138개의 말에 확률을 매기는 식입니다. 이렇게 구한 말의 조합으로 두 혼합물을 비교합니다.

즉 분자에서 곧바로 냄새 거리로 가지 않고, 말이라는 중간 정거장을 거칩니다. 놀라운 것은 이 말들이 혼합물이 아니라 순수한 단일 분자에서 배운 것인데도 혼합물의 거리를 잘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혼합물의 냄새가 단일 분자의 냄새와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부분은 "섞는 단계"보다 "분자에서 냄새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을지 모른다고 봅니다. 다만 이 견해에 반대하는 연구자도 있다고 논문은 함께 적었습니다.

다이어그램

분자에서 거리로 바로 가지 않고, 말을 거친다

사람의 시향 노트가 아니라 컴퓨터가 예측한 말입니다

말을 거침
분자 구조
→
냄새 말 138개의 확률 예측
→
두 혼합물의 거리
말을 뺌
분자 구조
→
화학·수용체·혼합물 정보
→
두 혼합물의 거리

단순화한 그림입니다. 팀마다 세부 방식은 다릅니다 · 출처: Satarifard 외(2026) · GrassAccord 정리

어떤 말이 힘이 셌을까요

한 팀은 138개의 말을 12개 무리로 묶어 썼습니다. 그 팀 모델에서 영향이 가장 컸던 무리는 과일 향, 풀과 허브 향, 견과·기름·볶은 향이었습니다.

말마다 성적도 달랐습니다. 같은 팀의 분석에서 그린, 클린, 코냑은 오차가 줄어드는 쪽과, 바이올렛, 아로마틱, 내추럴은 오차가 늘어나는 쪽과 연결됐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곧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래도 내추럴처럼 뜻이 넓은 말이 끼어 있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의 느낌이고 논문의 결론은 아닙니다.

표

어떤 말은 오차를 줄이고, 어떤 말은 늘렸다

한 참가팀 모델에서 말의 영향과 오차의 관계 · 연구팀은 해석에 신중함

오차가 줄어드는 쪽과 연결
그린 · 클린 · 코냑
오차가 늘어나는 쪽과 연결
바이올렛 · 아로마틱 · 내추럴

출처: Satarifard 외(2026), Fig. 3B · GrassAccord 정리

많은 재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구팀은 모델마다 영향력이 큰 특징을 차례로 쌓아 봤습니다. 정확도가 높은 모델 가운데 세 개는 특징 100개가 안 되는 범위에서 전체 영향력의 절반에 도달했습니다. 어떤 모델은 약 1,000개가 필요했으니 차이가 큽니다. 냄새의 거리를 설명하는 데 꼭 복잡한 재료가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코도 흔들린다

사람의 기록이 곧 상한선입니다

이 논문의 가장 정직한 대목입니다. 연구팀은 같은 사람들이 다시 판단하면 얼마나 같은 답을 내는지도 쟀습니다. 두 번째 시험에서 참가자는 하루 이상 간격을 두고 두 번 판단했고, 두 결과의 상관계수는 0.74였습니다. 첫 번째 시험의 절반씩 나눠 비교한 값은 0.69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평균을 낸 사람의 판단조차 완벽하게 반복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모델이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말만 남긴 모델의 0.61과 0.54는 이 상한선에 아직 닿지 못했습니다. 연구팀도 모델과 사람 사이에 틈이 남아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래프

모델은 아직 사람의 재현성에 닿지 못했다

상관계수 · 사람은 같은 판단을 다시 쟀을 때의 일치도

첫 번째 시험
사람
0.69
말만 남긴 모델
0.61
두 번째 시험
사람
0.74
말만 남긴 모델
0.54

두 시험은 방식이 달라 서로 직접 비교하지 않습니다 · 출처: Satarifard 외(2026) · GrassAccord 정리

아주 비슷하거나 아주 다를 때 틀립니다

모델이 가장 정확한 곳은 거리가 0.5~0.8인 구간이었습니다. 학습 자료가 그 구간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무작위로 섞은 혼합물은 대체로 이 범위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0.5 아래나 0.8 위에서는 오차가 커졌습니다. 모델들은 예측을 가운데로 끌어당기는 버릇을 보였습니다. 아주 비슷한 쌍은 실제보다 조금 멀게, 아주 다른 쌍은 실제보다 조금 가깝게 짐작하는 것입니다.

조향사에게 이 점은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어려운 판단은 "거의 똑같은데 어딘가 다른" 두 시안을 가르는 일입니다. 그런 구간이 지금의 모델이 가장 약한 곳입니다.

눈금

가운데는 강하고, 양 끝은 약하다

냄새 거리 0(구별 불가)~1(가장 다름)에서 모델의 오차

오차 커짐
가장 정확
오차 커짐
00.50.81

「거의 같은데 어딘가 다른」 시안을 가르는 일은 왼쪽 끝 구간의 판단입니다

학습 자료가 0.5~0.8에 몰려 있습니다 · 출처: Satarifard 외(2026) · GrassAccord 정리

새 모델이 늘 이긴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시험을 거리에 따라 다섯 구간으로 나눠 보니, 가장 비슷한 구간에서는 앞선 모델인 주요 냄새 지도의 오차가 더 작았습니다. 나머지 네 구간에서는 합동 모델과 말만 남긴 모델이 앞섰습니다. 전체 평균이 좋다고 모든 구간에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실제 향수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이 연구를 향수에 그대로 옮기면 곤란합니다. 실험실의 혼합물과 실제 향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 세기를 맞춘 혼합물 — 대부분의 자료는 성분의 세기를 미리 맞춰 놓았습니다. 실제 향에서는 강한 성분이 약한 성분을 가리고, 농도에 따라 냄새의 성격도 바뀝니다. 연구팀은 세기를 다루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적었습니다.
  • 성분 수 — 시험 혼합물은 성분이 10개 안팎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냄새가 대개 수십, 수백 개 분자의 혼합물이라고 설명합니다.
  • 제한된 원료 — 쓰인 분자의 범위가 좁습니다. 처음 보는 분자에도 통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 한순간의 판단 — 이 연구는 두 향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사람들이 그 향을 좋아하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항목을 특히 기억해 주세요. 거리는 두 향이 얼마나 다른지를 말할 뿐, 어느 쪽이 더 좋은 향인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한 가지 반가운 점은 있습니다. 연구팀은 자료와 모델, 코드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누구나 같은 문제로 더 나은 방법을 시험해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공개됐다고 해서 조향사가 어코드 두 개를 넣고 바로 거리를 받아 볼 수 있는 도구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연구자를 위한 기준선에 가깝습니다.

비교표

실험실 혼합물은 향수가 아니다

이 연구를 향수에 옮길 때 기억할 네 가지

이 연구실제 향
세기대부분 미리 맞춤강한 성분이 약한 성분을 가림
성분 수10개 안팎대개 수십~수백 개 분자
원료 범위제한된 분자훨씬 넓음
묻는 것두 향이 얼마나 비슷한가시간에 따른 변화, 좋고 나쁨까지

출처: Satarifard 외(2026), Discussion · 마지막 줄은 GrassAccord 해설 · GrassAccord 정리

메타머, 재료가 달라도 같은 향

논문이 쓴 자료 가운데 하나는 후각 메타머를 만들려던 연구에서 왔습니다. 메타머란 겹치는 성분이 없는데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혼합물 쌍을 말합니다. 색으로 치면 빛의 구성이 달라도 같은 색으로 보이는 현상과 닮았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가상의 메타머를 컴퓨터에서 효율적으로 만들어 실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먼저 후보를 계산으로 골라 내고 사람이 확인하는 순서입니다.

저자들이 꼽은 응용 분야는 넓습니다. 냄새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전송하는 디지털 후각, 날숨 등으로 건강을 살피는 기술, 전자 코, 그리고 생성형 향료 설계입니다. 다만 이것은 앞으로의 가능성이고, 이 논문이 향수를 설계해 보인 것은 아닙니다.

해설: 조향을 배우는 분께 이 논문이 말해 주는 것

여기서부터는 논문의 결론이 아니라 GrassAccord의 해석입니다.

향을 말로 적는 일은 감상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조향 수업에서 원료 노트를 쓰라고 하면 귀찮게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어차피 코로 맡으면 되는데 왜 글로 적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 논문은 그 습관을 다시 보게 합니다. 수많은 분자 정보보다 몇 개의 냄새 말이 혼합물의 거리를 더 잘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컴퓨터의 말과 사람의 노트는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통합니다. 향을 말로 나누어 두면 비교할 수 있게 됩니다. "좋다"로 끝나는 노트는 다음 배합에 쓸 수 없지만, "풀 향이 강하고 끝에 젖은 나무가 남는다"는 노트는 쓸 수 있습니다.

단일 원료부터 익히세요

말들은 단일 분자에서 배운 것인데도 혼합물을 설명했습니다. 조향을 배우는 순서도 같습니다. 원료 하나의 인상을 또렷이 알면, 섞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읽을 수 있습니다. 어코드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원료 하나를 여러 번 맡는 시간이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옵니다.

이때 실험실의 방법 하나를 빌려 오면 좋습니다. 연구팀이 성분의 세기를 맞춘 것처럼, 원료를 비교할 때는 희석 농도를 맞추세요. 한쪽만 진하면 원료의 성격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세기를 비교하게 됩니다. 원액끼리 맡고 내린 판단은 희석해서 맡으면 달라지는 일이 많습니다.

뜻이 좁은 말을 고르세요

내추럴이라는 말은 편하지만 많은 것을 담습니다. 무엇이 자연스럽다는 뜻인지 한 단계 더 내려가 보세요. 풀을 벤 냄새인지, 젖은 흙인지, 껍질을 깐 과일인지 적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논문이 증명한 내용은 아니지만, 뜻이 좁은 말일수록 다음 판단에 쓸모가 있다는 것은 조향대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인상을 다른 재료로 만들어 보세요

메타머라는 개념은 초보에게도 큰 위로가 됩니다. 어떤 원료를 구할 수 없거나 규제에 걸려도, 같은 인상은 다른 재료로 다시 지을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느껴지는 데 꼭 같은 분자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GrassAccord가 판매하는 배합비도 이름난 향수를 공부 재료로 삼은 것이 많습니다. 다만 비슷하다는 것과 같다는 것은 다릅니다. 이 연구가 다룬 것도 한순간의 인상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변하는지는 시향지를 두고 직접 지켜봐야 합니다.

내 코를 믿되, 한 번만 믿지는 마세요

평균을 낸 사람의 판단도 다시 재면 0.74입니다. 어제 비슷했던 두 향이 오늘 달라 보이는 것은 코가 이상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판단은 원래 흔들립니다. 중요한 결정은 하루 뒤에 다시 맡고, 처음 쓴 노트와 비교해 보세요. 숫자가 아니라 습관이 판단을 지켜 줍니다.

여러 코가 한 코보다 낫습니다

이 논문에서 가장 잘한 것은 뛰어난 한 팀이 아니라 서로 다른 팀의 평균이었습니다. 시향도 비슷합니다. 혼자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맡겨 보세요. 조향을 모르는 사람의 "비누 같아요" 한마디가 내 귀한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은 후보를 좁혀 줄 뿐입니다

이 연구가 말하는 미래는 조향사가 사라지는 세상보다, 후보를 계산으로 좁히고 사람이 코로 결정하는 세상에 가깝습니다. 모델은 아직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았고, 가장 어려운 "거의 같은데 다른" 구간에서 약했습니다. 그 마지막 구간은 당분간 사람의 코가 맡을 자리입니다.

조향대에서 바로 해 볼 연습 세 가지

논문을 읽고 끝내면 아깝습니다. 연구팀이 한 일을 작게 줄여 조향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비율은 각자의 원료와 취향에 맞춰 정하세요.

연습 1. 나만의 향 단어장 만들기

자주 쓰는 원료 열 가지를 골라 하나씩 시향지에 묻힙니다. 원료마다 말 세 개만 적습니다. "좋다" 같은 평가의 말은 빼고, 과일, 풀, 나무, 비누처럼 냄새를 가리키는 말만 씁니다. 일주일 뒤 이름을 가리고 다시 적어 비교해 보세요. 그대로 남은 말이 그 원료의 진짜 얼굴입니다.

연습 2. 집에서 하는 삼각 시험

비슷한 시안 두 개를 준비합니다. 시향지 세 장 가운데 두 장에는 같은 시안을, 한 장에는 다른 시안을 묻히고 밑면에 표시해 둡니다. 다른 사람에게 순서를 섞어 달라고 한 뒤 다른 하나를 골라 보세요. 여러 번 해서 계속 맞히면 두 시안은 구별되는 향이고, 맞히는 횟수가 찍은 수준(세 번에 한 번)에 머물면 지금 코에는 거의 같은 향입니다.

연습 3. 내 코의 거리 재기

두 향의 거리를 0에서 1 사이 숫자로 적어 보세요. 0은 구별이 안 된다, 1은 전혀 다르다입니다. 다섯 쌍쯤 적고 다음 날 같은 순서로 다시 매깁니다. 숫자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면 내 판단의 폭을 알 수 있습니다.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그 폭을 아는 것이 이 연습의 목적입니다.

이 논문을 읽을 때 조심할 점

  • 향수 연구가 아닙니다. 연구용 분자 혼합물을 다뤘습니다. 향수 배합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 시험 문제가 많지 않습니다. 첫 번째 시험은 46쌍입니다. 그래서 상위 팀의 순위를 가릴 수 없었고, 연구팀은 작은 묶음의 결과는 조심해서 읽으라고 적었습니다.
  • 중간 구간에 강합니다. 학습 자료가 거리 0.5~0.8에 몰려 있어 아주 비슷하거나 아주 다른 쌍에는 약합니다.
  • 자료의 측정 방식이 섞여 있습니다. 삼각 시험과 점수 매기기를 하나의 눈금으로 옮겼기 때문에 방식에 따른 치우침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 세기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세기를 맞춘 성분을 썼습니다. 실제 향에서는 세기가 큰 변수입니다.
  • 새 분자에 통할지 모릅니다. 시험에 쓴 분자의 범위가 좁습니다.
  • 해석에는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혼합물의 냄새가 말의 겹침으로 대부분 정해진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연구자도 있다고 논문은 밝혔습니다.
  • 기업 자문 관계가 공개돼 있습니다. 논문은 저자 일부가 후각 관련 기업에 자문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 글에 나온 말들

  • 단일 분자 — 한 종류의 분자로 이뤄진 향 물질.
  • 혼합물 — 여러 분자를 섞은 것. 이 연구에서는 성분이 10개 안팎입니다.
  • 거리 — 두 냄새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를 0~1로 나타낸 값. 0은 구별 불가, 1은 가장 다름입니다.
  • 삼각 시험 — 세 개 가운데 다른 하나를 고르게 해서 구별 능력을 재는 방법.
  • 상관계수 — 두 값이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 나타내는 숫자. 1에 가까울수록 함께 움직입니다.
  • 평균 오차(RMSE) — 예측이 실제에서 평균적으로 벗어난 크기. 작을수록 좋습니다.
  • 합동 모델(앙상블) — 여러 모델의 예측을 평균 내어 하나로 만든 모델.
  • 말의 정보(시맨틱 특징) — 분자가 어떤 냄새 말로 불릴지 컴퓨터가 예측한 값.
  • 주요 냄새 지도(POM) — 분자 구조로 냄새 말을 예측하는 앞선 연구의 모델. 이번 대회의 많은 팀이 이것을 재료로 썼습니다.
  • 메타머 — 성분이 겹치지 않아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혼합물 쌍.
  • 어코드 — 여러 원료를 섞어 하나의 인상으로 들리게 만든 향의 단위.
  • 배합비 — 어떤 원료를 어떤 비율로 섞어 향 하나를 만드는지 적은 설계도. GrassAccord가 판매하는 것입니다.

맺으며

코에는 아직 빨강, 초록, 파랑 같은 규칙이 없습니다. 하지만 26개 팀이 함께 찾아낸 첫 실마리는 뜻밖에도 사람의 언어 쪽에 있었습니다. 분자의 긴 설명보다 냄새를 부르는 말 몇 개가 두 향 사이의 거리를 더 잘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를 끝까지 재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코가 맡고 있습니다. 코는 흔들리고, 모델은 가운데로 쏠립니다. 둘 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시향지 앞에서 천천히 맡고, 말로 적고, 다음 날 다시 맡는 일이 지금도 가장 믿을 만한 방법입니다.

이제 막 조향을 시작한 분에게 이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값비싼 장비가 없어도 시향지와 노트 한 권이면 이 연구가 가리킨 길에 들어설 수 있으니까요. 향은 만국의 언어입니다. 그 언어의 낱말을 하나씩 모아 가는 길에 GrassAccord가 함께하겠습니다.

논문 출처: Vahid Satarifard, Laura Sisson, Yikun Han 외. "A semantic-based community model for high-fidelity tuning of olfactory mixture distances." PNAS 123(32), e2611057123, 2026년 8월 4일 게시. 원문: https://doi.org/10.1073/pnas.2611057123 · 이 글의 숫자는 모두 논문 본문에서 옮겼으며, 문장은 GrassAccord가 요약·해설한 것입니다. "해설" 장은 논문의 결론이 아니라 GrassAccord의 해석입니다.